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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량리 동백나무 숲의 향연

충남도청 2011. 2. 9. 13:35

잔뜩 웅크리고 있던 날씨가 많이 풀렸다.

옷깃을 여미던 손도 이젠 호주머니속으로 제자리를 찾아들어갔다.

 

당장이라도 어디선가 들려올것만 같은 봄소식

하지만 아직은 좀 이른 듯 감감무소식이다

작년 이맘때 가장 먼저 봄소식을 전해준 사람은 지리산 자락에 살고 있는

이원규 시인이었다.

 

섬진강변을 따라서 매화꽃이 피었다고

양푼이꽃 소식까지 들려준 기억이 난다

 

그럼 우리 충남  지역에서 가장 먼저 봄 소식을 알려올만한 곳은 어디일까?

 

가만 생각해보니 있다.

바로 지난해 봄에 봄바람을 맞고 싶어서 달려간 서천군 서면에 있는

마량리 동백나무 숲이다.

 

 

 

 

친절하게 동백나무 숲이라고 알려주는 현수막이다.

동백나무숲 앞에 서니 나도 모르게 송찬호 시인의 '검은머리 동백'이라는 시 한편이 떠 오른다.

 

누가 검은머리 동백을 아시는지요
머리 우에 앉은뱅이 박새를 얹고 다니는 동백 말이지요
동백은 한번도 나무에 오르지 않았다지요 거친 땅을 돌아다니며,
떨어져 뒹구는 노래가 되지 못한 새들을
그 자리에 올려놓는 거지요
이따금 파도가 밀려와 붉게 붉게 그를 때리고 가곤 하지요
자신의 가슴이 얼마나 빨갛게 멍들었는지
거울도 안 보고 살아가는 검은머리 동백

 

송찬호 시인의 <검은머리 동백> 전문 

 


 

 

 

서천 팔경 중의 한 곳인 서면 마랑리 동백나무 숲은 천연기념물 제169호로 지정된

5백여년 수령의 동백나무 85주가 8,265㎡에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동백나무 숲에 가면 3월 하순부터 5월 초순까지 푸른 잎 사이에 수줍은 듯 피어있는

붉은 동백꽃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

 

 

 

 

 

 

 

마량리 발전소 뒷길을 따라 가다가 언덕 돌계단을 지나 잠시 더 올라가면

 

 

 

 

 

언덕 윗 쪽에 동백정이란 누정(樓亭)이 있다.

 

 

마량리 동백나무숲은 서도초등학교에서 4.5㎞정도 떨어진 바닷가의

낮은 언덕에 위치하고 있다.

 

이곳에 80여 그루의 동백 나무가 흩어져 자라고 있다.

 

 

 

 

500여 년전 이 마을 사람들은 뗏목을 타고, 바다에 나가 고기잡이를 하였는데

바다에 휩쓸려 돌아오지 못하는 일이 많았다.

 

그러던 중 남편과 자식을 잃은 한 노파가

그 앞바다에서 용이 승천하는 것을 보고 용왕을 잘 위해야 화를 면하리라 생각하고

 

백발노인의 현몽으로 해안사장에서 널에 들어있는 선황 다섯 분과 동백나무 씨앗을 얻어

선황은 신당에 모시고 동백나무 씨앗은 주변에 심었다고 한다.

 

그 이후로 매년 정월 초하룻날 당에 올라 초사흘날까지 제사를 지내온 것이

금까지 전승되고있으며, 고기잡이에서 화를 입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이 동백숲의 동백 나무모양은 원형에 가깝게 자란 것이 특징이다.

 

동백나무의 수령이 500년을 넘는다고 하여  동백 숲 속으로 기어 들어가봤다.

마치 나무와 나무사이가 무슨 긴 터널처럼 연결되어 있었다.

 

꼭 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할머니가

어린아이들을 무릎에 앉혀놓고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시간의 깊이가 느껴지는 곳이다.

 

 

 

 

 

수줍게 피어있는 동백꽃이 너무 아름답다.

 

잎사귀와 꽃 모양에서 풍겨나오는 강함과 꽃잎 사이 사이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속내가 음양의 조화를 이루는 꽃이다

 

나비 한마리 날아오지 않는 이른봄에 동박새의 수정으로 꽃을 피우는 꽃이니

그 강인함이야 말로 표현해서 무엇하리!~

 

마량리 동백나무는 춘백(春栢) 상록활엽 교목으로

잎이 두텁고 표면이 진한 녹색으로 광택이 있다.

 

그 뿐만 아니라

늦겨울철부터 피어나는 붉은 꽃은 늦은 봄까지 만발하여 그 아름다움을 더해준다.


 

 

 

 

마량리 동백숲의 또 하나의 특징은 바다를 끼고 있다는 것이다.

서쪽은 바람이 강하여 몇 그루만이 남아있고, 동쪽에는 70여 그루가 분포하고 있다.

 

차나무과에 속하는 동백나무는 키가 7m 까지 자라는 난대성 상록활엽수이지만

이곳의 동백나무는 강한 바람 때문에 키가 2m 내외이며, 옆으로 퍼져있다.

 

전설에 의하면 약 500년 전 마량의 수군첨사가 꿈에 바닷가에 있는 꽃뭉치를 많이 증식시키면

마을에 항상 웃음 꽃이 피고 번영할 것이라는 계시를 받고 바닷가에 가보니

정말 꽃이 있어 증식시킨 것이라고 전해져 온다.

 

 

 

 

어쩜 한순간도 긴장을 놓지 못하게 동백나무 숲을 깨워준 것은

바다에서 불어오는 해풍과 거친 파도의 회초리가 아니었을까?.

 

그래서 500년 역사를 한몸에 간직한 채

지금까지 아름다운 동백꽃을 피워낼 수 있지 않았을까

 

 

 

 

정상에 있는 동백정에 올라가면 서해 푸른 바다와 낙조의 아름다움이 한눈에 펼쳐진다.

 

 

 

 

 

특히, 바로 앞에 있는 섬인 오력도의 풍경과 어울린 바다의 모습은

한 폭의 동양화를 감상하는 듯한 즐거움을 준다.

 

또한 이 지역은 지리적 특수성으로 인해 서해안에서 일출과 일몰을 동시에 볼 수 있어

관광객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