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하 물에 써레 싣고 나온다."
24절기 이야기 (입하/立夏)
농사는 우리 민족의 근간이었고, 일이 아닌 생활이었음을 다시 생각해 본다..
또한, 농사 시기를 맞추는 데에 절기를 빼놓을 수 없으니, 24절기 중 일곱 번째인 입하(立夏)가 지난 5월 6일이었다.
입하(立夏, 여름이 시작하는 시기) 즈음에 하얀 쌀처럼 꽃을 피우는 나무라 하여 '입하 나무(입하 목)'이라 불리던 것이 '이팝나무'로 발음 되었다고 한다. 올해도 이팝나무는 하얀 쌀을 가득 얹고 피어나 눈을 즐겁게 해주는데, 이 나무의 꽃이 가득 피면 그해 농사가 풍년이라는 농부들의 기원을 담은 속설도 전한다.
입하 때가 되면, 봄의 기운은 물러나고 산과 들이 푸르러지며 본격적인 여름을 알리게 된다.
못자리에는 벼의 싹이 터서 쑥쑥 자라고, 논과 들판에 올라오는 어린 쑥을 뜯어 쌀가루와 섞어서 쑥버무리를 해 먹는 세시 풍속 또한 전한다.
동네 산책 중에 생각난 입하 이야기를 나누어 본다.
많은 비 예보 속에 시작된 하루는 마른 대지를 어루만지며 적셔가기 시작한다.
금방 폭우가 쏟아질 듯하지만, 우리 지역은 큰 비 피해 없이 단비라는 선물을 받은 연휴였다.
어린이날(101주년) 오후에 아산 장영실 과학관에는 비가 잦아들었지만, 준비한 어린이날 행사에 비하여 한가함이 느껴진다.
<과거 중국 달력을 사용하던 시기, 우리나라 날씨와 맞지 않아 농사에 어려움이 많았다. 이에 세종대왕은 우리 날씨에 맞는 달력의 필요성을 느꼈고, 장영실은 우리 달력을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혼천의, 간의대, 자격루와 앙부일구 등을 만들었다. 현재 사용하는 절기는 바로 이 기구들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가는 비가 뿌리고는 있지만, 아직은 부족하였는지 간간이 먼지가 날리는 논 사이를 걷는다.
미리 물 대기를 하기 시작한 논도 보인다.
'마른 논에 물 대기'라는 말이 스친다.
요즘 세상 살이가 많이 힘든 데다가, 어렵게 일을 해 놓아도 그 성과가 미미하니 볼멘 탄식을 자주 뱉게 된다.
그래도 헤쳐 나가야 하겠지!
논 사이를 걷는 길가에 노란 고들빼기 꽃이 줄을 잇는다.
<고들빼기와 씀바귀는 피는 곳, 시기, 꽃 색깔까지 비슷하여 구분하기가 쉽지 않은데, 꽃과 수술이 모두 노란색이면 고들빼기이고, 수술이 검으면 씀바귀라고 구분해 보자.>
요즘은 펌프로 물을 퍼 올려 물을 대고 있지만, 과거에는 하늘에서 내리는 비에 의존하는 천수답이 대부분이었을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는 선조들의 지혜로움에 물을 다스리는 방법을 일찍 터득하여 농사에 이용하였으니, 그 위대함을 다시 느낀다.
논이 마치 물가인 듯 한가로이 노니는 오리의 모습이 웃음을 준다. 아마 논을 갈고 나서 흙이 뒤집어지니 먹을거리가 생겼을 거란 생각이 든다.
어떤 논에는 벌써 모내기를 기다리는 모가 모판에 한가득 담겨 대기 중이다.
튼튼하게 자라 우리 식탁에 올라오라고 기원하며, 한 장 찰칵~!
이틀 연속 내리던 비가 마른 논 여기저기에 물 대기를 마치고 노을에 비쳐 반들거린다.
입하 즈음 내린 비가 그친 아침, 멀리 보이는 풍경 속으로 풍요로운 수확을 기원한다.
"입하 물에 써레 싣고 나왔네~!"
※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 유정민님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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