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왔으니 차 한 잔은 하고 가야쥬~”
논산 은진면 와야리 행복마을
해마다 봄이 되면 ‘우어회’로 봄을 알리는 지인이 있다. 논산에 살면서 자칭 ‘논산의 장동건’으로 통한다. 내 톡에는 그래서 장동건이 있다. 우어회는 꽃피는 봄에 먹기로 하고 남편과 둘이 차를 타고 가다가 와야리(瓦也里)마을에 접어들었다. 벽화그림이 눈에 들어오자 지나칠 수 없었다.
약속장소인 탑정호 근처까지 시간은 충분했다. 마침 마을회관 앞마당에 차를 주차할 수 있었다. 그때, 여자 어르신 한 분이 회관에서 나오며 우리를 계속 바라보았다. 차에서 내려 공손히 인사를 드렸다.
“여기 벽화가 눈에 띄어서 들어와 봤어요.”
“어디서 오셨슈? 우리 마을에 왔으니 들어가서 차 한 잔은 하고 가야쥬~. 들어오셔, 들어오셔.”
어르신은 회관을 둘러보고 막 집에 가려던 참이었단다. 걸음을 멈추고 반겨주는 마음이 감사했다. 바람 불고 추우니까 따시게 안으로 들어가란다. 그저 마을만 둘러보려고 했는데 어르신 덕분에 마을회관까지 들어가 보게 되었다.
안으로 들어가니 깔끔하게 정리 정돈된 시골 큰집에 온 것 같다. 창으로 햇살이 들어와 환하고 바닥은 따뜻했다. 어르신은 따끈한 커피와 메밀차를 건넸다. 동네는 건양대가 옆에 있어서 학생들 원룸이 필요했는데 예전에는 인기가 아주 많았다고 한다. 마을 건물 군데군데에는 ‘원룸’이란 간판이 보이면서 다른 시골마을과는 색다른 느낌이 들었다.
회관에는 어르신들이 금방 알아볼 수 있게 숫자가 큰 달력이 걸렸다. 그 위엔 매화그림의 그윽한 동양화 표구가 알맞은 위치에 놓였다. 마을자치회로 모여 서로 논의하고 결정된 내용은 얼마나 단합이 잘 되는지 짐작하게 했다. 목적을 공유하고 비판보다는 칭찬하기로 동기를 부여하면서 참석자 모두에게 발언권을 행사하는 원칙 등에서는 발전된 민주주의가 실감났다.
마을 쓰레기 문제나 서로 소통이 되게 하는 건의사항 등이 마을 사람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었다. 어르신은 이 마을에 시집온 지 60년이 되었고 할아버지를 먼저 ‘좋은 곳’으로 보냈다며 웃었다. 잠시 후에 또 다른 어르신이 오셨다. 들어오자마자 의료기에 몸을 맡긴 채 낯선 손님을 궁금해 했다.
마을회관을 나와 천천히 골목을 걸었다. 지난겨울 눈비를 맞고 혹한이 계속되던 시간이 꽤 길었다. 마을 안의 벽화와 논밭이 펼쳐진 그 어디쯤에 아른아른 아지랑이가 피어날 것만 같다.
회관건물을 중심으로 벽화는 동심을 자극한다. 어린왕자와 여우가 있는가하면 미키마우스 풍선을 든 코끼리, 창가에 앉아 미소 짓는 소녀 등이 우리를 반겼다. 벽을 따라 이어지는 그림들에는 탑정호와 쌍계사, 관촉사, 백제군사박물관 등, 논산의 랜드마크를 다시 확인하게 했다.
마을의 ‘와야정’에 오르면 주민이나 객이 잠시 앉아 쉴 수 있다. 늦겨울과 초봄의 무채색을 걷어내고 땅을 뚫고 연둣빛의 싹들이 곧 거침없이 불불이 튀어나올 논밭을 바라본다. 덩달아 벽화의 색감도 새롭게 덧입혀져 또 다른 활력이 될 행복마을, 와야리. 오늘 방문은 한 번만으로 그치기엔 너무 아쉽다.
건망증이 있지만 ‘와야리’ 이름은 잊혀 지지 않을 것 같다. 또 다른 색감으로 생동감이 넘치는 다른 계절에 이곳을 꼭 와야지!!
※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 황토님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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