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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야경 명소, 예당호 출렁다리 그리고 어죽 먹기

충남도청 2019. 11. 14. 12:00



예당호 출렁다리, 그리고 어죽

예산 야경 명소, 예산으로 떠나는 가족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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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깊은 날, 예당호 출렁다리의 풍경들

 
학교로 가는 언덕에 올라서면 눈앞에 펼쳐지는 바다를 매일 보며 등·하교를 하고 때론 동네 아이들과 몰려다니면서 놀던 바다에서 운이 좋은 날이면 섭(홍합), 해삼, 전복, 조개, 성게, 사이리(학꽁치), 놀래미, 남종바리 같은 것들과 어머니가 해주시던 바다 내음 나는 음식들이 그리운 나는 고향을 떠난 지 반세기나 가까운 세월이 흘렀음에도 민물고기는 잘 적응이 되지 않는다.

이런 내게도 예당호숫가에 있는 식당의 어죽은 가끔 생각이 난다. 며칠 감기에 걸려 열이 오르고 목이 아픈 증세로 고생을 하다 일어났더니 속이 허했는지 이 어죽이 생각나 예당저수지로 간다.

내가 거주하는 곳에서 100여 리 떨어진, 그 불리는 이름이 정감이 가는 ‘예산’은 생각해 보면 참으로 괜찮은 동네 같다. 복닥거리지 않을 것 같은 적당한 10만 명 정도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그곳에는 넓고 기름진 예당평야가 있고, 수덕사라는 천년 고찰과 가야산과 덕숭산이 있고, 그곳 어디에 더운 물이 솟는 온천이 있고, 인공호수이긴 하지만, 넓은 저수지가 있다.

'예당저수지'라 불리는 호수 주변에 출렁다리를 만들고 지난 4월에 개통하니 찾아오는 사람들이 꽤 많은 모양이다. 저수지 가까이 갈수록 넘쳐나는 차들로 도로가 정체된다. 아무리 어죽을 먹으러 왔더라도 이곳까지 왔으니 아직 건너보지 못한 이 다리를 건너야 할 것 같아 출렁다리 주차장에 차를 멈춘다. 
 



다리 입구 쉼터 주변에서 음악 소리가 들린다. 누군가 버스킹을 하고 있나 보다 했는데, 가까이 가서 보니 빨간 재킷을 입고 머리를 묶고, 선글라스를 끼고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이 사람의 연주나 노래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출렁다리 입구에서 버스킹 하는 뮤지션
 
무대 삼아 세워둔 검은 봉고차에 가득 들어갈 것 같은 스피커나 앰프와 반주기 같은 장비도 아마추어 수준이 아니다. 노래를 부르는 사람은 잘 몰라도 노래를 듣는 청중은 그 수준을 금방 알아차린다고 하더니 이 사람의 노래에 매료된 사람들이 손뼉을 치며 호응을 하고 젊은 날 춤 꽤나 춰본 것 같은 부부로 보이는 중년의 남녀는 가볍게, 그러나 이 또한 예사로워 보이지 않는 몸놀림으로 리듬을 탄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앞에 놓인 모금함에는 푸른색의 지폐도 척척 들어간다. 
  


노래를 부르는 사람도,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사람도, 손뼉을 치며 응원을 보내는 사람도 모두 즐거워 보이는 아름다운 가을날이다.
 
예당호 출렁다리는 길이가 402m이고 폭 5m라고 하는데, 이 다리에 가득한 사람들을 보며 이 많은 사람의 무게를 견딜 수 있을지 살짝 걱정된다. 이 다리는 성인 3,150명이 동시에 건널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고 하지만, 다리 위 수많은 사람들을 보면 누구나 한 번씩 해보는 생각이 아닐까 싶다.
 



출렁다리라는 이름처럼 몸의 무게 중심을 잘 잡아야 할 만큼 출렁거림이 재미있고 주탑 전망대에 올라서 보는 호숫가의 풍경이 시원하다.
 


▲주탑에 올라서 본 출렁다리
 
되돌아 나와 출렁다리와 가까운 곳에 있는 어죽 가게에 도착했더니 주차장이 한산하여 웬일인가 싶었는데, 재료 소진으로 점심 영업은 끝이 났고, 오후 다섯 시에 저녁 영업을 재개한다는 안내판이 문앞에 놓여 있다.

다섯 시가 되려면 한 시간이 남아 있어 식당 앞 예당호 주변으로 ‘예당호 느린 호수길’이라는 이름을 붙인 걷기 좋게 만들어 놓은 길을 걸어본다.
 

▲예당호 느린 호수길
 
이 길가에 추수를 마치고 텅 빈 논바닥을 보자 나는 또 유년시절이 생각난다. 유년시절 대부분을 보낸 고향집 마을 앞에도 이맘때 추수를 마치고 난 뒤 물이 마른 논바닥이 있어 그곳에서 우리는 공도 차고, 주먹 야구도 하며 뛰어놀다 해가 설핏해지고 집집마다 굴뚝에 연기가 피어오르면 그제서야 우리는 집으로 향하곤 했다. 서쪽 노을 속으로 V자 대형을 이루며 줄지어 날아가는 기러기가 보이고 어둠이 시나브로 우리를 사로잡으면 나는 누구이고, 곁에 있는 친구는 누구이며, 우리는 모두 어디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인지 막연한 두려움에 려움이 몰려오고 그럴 때쯤이면 어머니들이 이름을 부르면서 밥 먹으라고 부르는 소리에 집으로 향하던 그 날들의 기억들이 떠오른다.

이 길을 걷다 보니 호수 위에 집을 지어 낚시하는 사람들에게 빌려주는 수상 좌대에는 휴일을 맞아 가족끼리, 또는 친구끼리 낚시를 하며 시간을 보내려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 호수에 낚싯대를 드리우고 별이 가득할 밤하늘을 바라다보며 하루쯤 묵어보는 것도 꽤 운치 있을 것 같다.

어죽, 그리고 출렁다리의 밤 풍경
 
시간이 되어 다시 돌아온 어죽 집에는 '49년 전통 할머니 어죽 전문'이라는 간판이 붙어 있다. 이 간판이 만들어진 지 꽤 여러 해가 지난 것 같으니 어죽을 만들어 판 지 반세기는 훨씬 넘었을 것 같다. 메뉴도 딱 하나 어죽만을 파는데 그 국물맛이 꽤 진하다.
 
요 며칠 움직이기 위해 무엇인가를 먹어야 한다는 것이 고역이었는데, 이 어죽은 술술 잘 넘어간다. 둘이서 3인분을 시켜 거의 비웠더니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 같다.
 
다시 돌아온 출렁다리는 그동안 해가 지고 화사한 조명이 들어와 낮보다 아름답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팬플릇 소리가 발길을 끌어 가보았더니 세 명의 여자분들이 버스킹을 하고 있다. 곡이 끝나자 오카리나로 바꾸더니,
 


▲예당호 출렁다리 야경

“가을 우체국 앞에서 그대를 기다리다
 노오란 은행잎들이 바람에 날려가고
 지나는 사람들 같이 저 멀리 가는 걸 보네”
 

▲출렁다리를 배경으로 버스킹하는 뮤지션

로 시작하는 윤도현의 노래 '가을 우체국 앞에서'를 연주한다. 따라 흥얼거려 본다. ‘가을 우체국’, ‘기다림’, ‘노오란 은행잎’, ‘바람’이 한 폭의 수채화같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이 버스킹을 보니 근래 TV에서 보았던 '비긴 어게인'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이탈리아 베로나 원형극장 아레나 앞 브라광장 버스킹에서 박정현이 불렀던 Ave Maria가 생각난다. 
 
  Ave Maria. gratia plena
  Maria. gratia plena
  Maria. gratia plena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기뻐하소서!
 
  Ave, Ave Dominus tecum,
  주님께서 함께 계시니
 
나라 안 곳곳에 도시의 규모에 맞게 크고 작은 성당이 있고, 국민 대다수가 가톨릭 신자인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슈베르트의 Ave Maria는 특별한 의미가 있을 것 같은데 역시 옷깃을 여미고, 두 손을 모으고 노래를 듣는 청중들의 표정에는 경건함이 가득하다.
   
  benedicta tu in mulieribus et benedictus
  여인 중에 복되시며
 
  Et benedictus fructus ventris, tui Jesus
  태중의 아들 예수님 또한 복되시나이다
  
2년 전 여름날 우리는 아디제강을 건너 유구한 도시 베로나의 원형극장 아레나에 갔었다. 이들이 버스킹 했던 브라광장을 지나 줄리엣의 집으로 갔던 기억이 새롭고 박정현의 노래도 좋았지만, 그곳 어딘가에는 내 발자국의 흔적이 남아 있을지도 모를 도시라서 반가웠다.
 

▲예당호 출렁다리 야경
 
화사한 조명이 들어온 출렁다리를 배경으로 이어지는 오카리나의 맑고 고운 선율이 하늘로 자꾸만 올라가는 아름다운 가을날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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