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남도

힘쎈충남, 대한민국의 힘

도민리포터

공주 가볼만한곳, 무형문화재 얼레빗전수관 체험

충남도청 2019. 9. 17. 12:00



공주 가볼만한곳, 무형문화재 얼레빗전수관 체험

‘얼레빗전수관’의 이상근 목소장(木梳匠)을 만나다!

.

.





“경북 예천에서 4형제 막내였어요. 형제들 중에 손재주가 제일 좋았지. 아버지는 이 일이 힘드니까 내가 이거 할까 봐 ‘학교선생 돼라, 학교선생이 원이다.’ 했어요. 안정되게 살라고.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학교선생이 되긴 했어요. 한 달 좀 지나고 아버지 몰래 선생 사표 쓰고 나와서 공방으로 들어갔지요.”
   

▲얼레빗전수관 입구
 
‘계룡산 갑사 근처, 비석에 세워진 ‘얼레빗전수관’(이상근 목소장, 65세)의 글이 눈에 띄자 엄니(시어머니)의 쪽진 모습이 눈에 삼삼했다. 4년 전, 98세를 일기로 돌아가시기 며칠 전까지 당신의 머리를 빗으셨던 엄니. 엄니는 아침마다 당신의 방 경대 앞에 앉아 머리를 빗었다. 허리까지 길게 내려온 머리칼이 얼레빗이 지나가며 가지런해졌다. 그 긴 머리가 어느 순간, 단정하고 소담하게 모여 뒷꼭지에 붙어있는 모습은 신기했다. 비녀로 고정한 엄니의 쪽진 머리는 반백이었지만 매끈하고 풍성했다.
 



“우리 집안은 조상 대대로 공예품을 관장하는 장인이거나 화살과 활을 관리하는 장인으로 군자감이었어요. 공예품을 관장하는 공조를 지내기도 했고 할아버지는 고종 때 왕실 안에서 기술자를 관리하는 분이었어요. 그러니까 할아버지가 5대조, 아버지가 6대조, 내가 7대이고, 이제 우리 아들이 8대가 되겠죠. 얼레빗은 서서히 개화기가 되는 시기, 그러니까 고종 때 단발령이 내리고 짧은 머리가 되면서 사람들에게서 점점 멀어지게 됐어요. 우리 어릴 때만 해도 머리카락을 무척 소중하게 여기는 분위기였어요. 머리 빗고 바닥에 흘린 머리카락은 모아서 따로 태우기도 했지요.”
 

▲엄니 머리카락이 들어간 바늘꽂이

내겐 엄니가 당신의 머리카락을 모아 만들어준 바늘꽂이가 있다. 머리카락이 들어간 바늘꽂이는 바늘에 녹이 슬지 않는다고 했다. 바느질을 자주 하는 건 아니지만, 단추가 떨어지거나 올 나간 바짓단을 꿰맬 때마다 엄니가 옆에 있는 것 같다.
  




▲목소제작전도(그림)
 


얼레빗을 작업하는 공방과 작품을 전시한 공간은 따로 있다. 이상근 목소장은 2003년에 고용노동부 지정 숙련기술전수자로 지정되었고, 얼레빗은 2007년 유네스코 우수공예품으로 인정받았다면서 6대조까지의 목소장 계보가 그려진 ‘목소제작전도’를 가리켰다.
 

▲멧돼지털
 

▲'상투관'으로 쓰이던 소뿔, 오른쪽의 길고 하얀 것은 멧돼지 이빨이라고 한다 
  

▲재료에 대해 설명하는 이상근 목소장(오른쪽)

다양한 모양으로 조각된 얼레빗을 비롯해 상투관으로 쓰이는 소뿔, 멧돼지의 털, 이빨 등의 쓰임 등에 대해 설명할 때는 손에 잡히는 작은 물건마다의 내력이 놀랍기도 했다.
 
“상투관은 옛날 사극에 나올 때 나무로 만들지만 임금이 사용하는 건 소뿔로 만들어요. 소뿔은 황소 중에서도 수소의 뿔을 쓰는데, 이상하게 색이 탁한 것은 정통이 이어지지 않는 이유도 있어요. 죽순처럼 곧게 나와 사포질을 하면 투명해야 하는데 정통 한우소가 별로 없다는 것이지요. 젖소와 교배하는 경우가 많기도 해서인지 투명해야 될 것이 희끗희끗하고 탁합니다.”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던 얼레빗의 재료는 주로 나무종류로 소나무, 박달나무, 대추나무 등이라고 한다. 이상근씨는 그래서 ‘좋은나무’를 보는 눈이 남다르다. 조각의 재료는 상아, 소뿔, 또 굉장히 날까로운 멧돼지이빨 등이 쓰인단다.
 


8대를 이어갈 아들은 문화재보존처리학과를 졸업하고 관련 일을 했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무형문화제선생님들이 대단하게 보였다고. 그 대단한 선생님이 아버지였고 그 가치를 깨달았던 것이 아닐까.
 
“아들이 슬그머니 나한테 들어오더라구. 지금은 문화재공부를 하고 있어요. 문하생은 현재 3명이에요.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지원금이 나오는데, 꾸준한 의욕의 통로가 되는 것 같긴 합니다만, 문화재로 지정되는 부분에서 아쉬움이 없지 않습니다.”
 
엄니가 쓰던 경대 속 서랍에 손때 묻은 얼레빗과 참빗이 들어 있던 기억이 난다. 물론 지금은 없다. 펌과 커트가 많은 요즘, 얼레빗을 사용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주변에 얼추 나잇살이 있는 중년 이상의 사람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가늘어진 머리털과 머릿속 알머리는 없어져 ‘속알머리’ 때문에 고민한다.
 
얼레빗의 모양은 엇비슷하지만 똑 같은 게 없다. 작품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이상근 목소장의 손을 거치는 동안 나무는 작품으로 탄생한다. 편리함과 빠른 속도에 익숙해진 현대인의 눈으로 보자면 너무나 사소할 수 있는 얼레빗, 그 너머에 장인의 오래 공들인 시간과 감각이 빛난다.





[위치안내]